고양이 귀지는 꼭 치료해야 할까?

보기만 해도 거슬립니다.
고양이 귀지가 많으면 귀가 아픈 거라는데 아무리 닦아도 귀지가 없어지질 않습니다.
병원을 오래 다녀봐도 귀지가 없어지질 않아요.
집에서 매일 같이 귀약을 넣고 귀지를 닦다 보니 고양이랑 사이도 나빠집니다.

그런데 과연 고양이 귀지가 귓병을 의미할까요?
고양이한테 귀지가 있다고 해서 꼭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귀지가 없다고 해서 피부 질환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결론은 귀지를 없애려고 매일 귀를 닦고 병원에 가는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우리 고양이 귀지를 치료해야하는 상황인지 그냥 둬도 좋을지 어떻게 구별하냐고요?
어떻게 귀지가 많은데도 귓병이 아니냐고요?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시면 알게 되실겁니다!

수의사가 고양이 귀를 들여다 보고 있다.


이럴 때 치료가 필요합니다!

1. 귀를 많이 긁는다.

: 귀 주변에 상처가 자주 생깁니다.

2. 귀를 심하게 털고 귀지가 튀어나온다.

: 검은색 귀지 덩어리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습니다.

3. 귀 피부가 빨개지고 붓는다.

: 열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4. 귀에서 냄새가 난다.

5. 귀에서 물소리가 난다.

: 찔꺽거리는 소리가 나고 콧물 같은 귀지 덩어리가 튀어 나옵니다.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특발성 귀지샘 외이염(idiopathic ceruminous otitis externa)

명칭은 외이염이지만 꼭 치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귀 치료(귀 드레싱, 내복약, 귀 연고 등)를 해도 더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냥 귀지가 많은 채로 살아가는 겁니다. 생활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이 때 고양이 귀지를 줄여보기 위해 해볼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사료를 바꿔보는 겁니다.

경미한 음식 알러지로 인해 가려워하는 증상 없이도 귀지가 폭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먹어보지 않은 사료로 바꾸거나 처방식(가수분해 사료)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수의사가 고양이의 귀에 귀약을 넣고 있다. 근데 약 뚜껑이 닫혀있다.


고양이 귀지 세척이 위험한 이유

고양이는 외이도가 짧고 고막과 가까워서 귀를 세척하지 않고 털어내는 것으로도 귀지를 잘 배출합니다.
이도에 귀지가 가득차서 염증이 심해지는 상황이 많지는 않다는 거죠.
구조적 특성상 귀에 세정제를 넣어서 세척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귀 질환이 있어도 귀 드레싱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우선 스테로이드로 3일 정도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래야 통증과 자극을 적게 주면서 귀 드레싱을 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3-4주에 한번 정도 탈지면(사각솜)에 귀 세정제를 묻혀서 엄지손가락이 닿는 범위에서 가볍게만 닦아주세요.
귀 세정제를 주기적으로 귀에 넣거나 면봉으로 안쪽까지 닦으시면 없던 염증도 생깁니다.
완전히 깨끗하게 유지하기 보다는 기대치를 낮추는 편이 오히려 도움이 되실 겁니다.


고양이의 대표 귀질환 2가지

1. 알레르기 및 아토피성 외이염

고양이의 피부 특성상 감염에 의한 질환이 개에 비해 적은 편인데요.
귀도 마찬가지 입니다.

고양이 귀지 문제로 병원에서 귀지 검사를 했는데 뭔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말라세치아(Malassezia)라는 효모류의 진균, 그리고 Staphylococcus 등의 세균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이 녀석들이 진범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얘네들을 없애려고 아무리 약을 써도 차도가 없거나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가 다시 반복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진짜 범인은 ‘알레르기성 피부염’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스테로이드를 쓰거나 사료를 바꾸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알레르기 검사로 원인체를 찾기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사료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에요.
바로 ‘알레르기 처방식 사료’ 즉, 가수분해 사료를 사용하는 겁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범인인 단백질이 체포망을 빠져 나갈 수 있게 잘게 쪼개 놓은 사료인데요.
다른 음식을 모두 중단하고 이 처방식 사료만 2-3개월 먹이는 것을 시도해봐야 합니다.

이러한 ‘제한식이’를 충분한 기간 했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식이 알레르기를 배제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이 방법 외에는 확실한 방법이 없습니다.
음식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이 되었다면 그 땐 스테로이드와 면역 억제제 등을 사용해야 합니다.

고양이 귀지를 현미경으로 보니 말라세치아가 다수 확인된다.

2. 귀 진드기(Ear mites)

주로 어린 고양이, 길냥이들에게 많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건강이 나빠 면역이 저하된 고양이도 귀 진드기에 걸리기도 합니다.

귀 진드기가 귀에 있으면 고양이가 귀를 많이 가려워합니다.
매우 심하게 귀를 긁고 귀를 털며 검은색 귀지 덩어리 들이 튀어나옵니다.

귀 드레싱도 필요하지만 여러분께서 매달 바르고 계신 심장사상충 예방약이 가장 효과 좋은 치료제입니다.
매달 심장 사상충 예방약을 바르고 있다면 귀 진드기에 감염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심장 사상충을 예방하는 효과 외에도 어느 정도의 내외부 기생충을 예방, 구제하는 효과가 있으니 매달 꼭 해주세요.

귀 진드기를 치료하더라도 귀지는 당장 사라지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귀지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귀를 가려워하는지, 귀에서 귀진드기가 확인되는지를 통해 치료 여부를 확인합니다.
귀지가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귀를 자극하지 마세요.

고양이 귀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귀진드기가 확인된다.

수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귀에 폴립(polyp)이나 종양이 생기기도 합니다.
귀염증이 이상하리만큼 잘 낫지 않고 귀에서 피가 나기도 합니다.

폴립이나 종괴를 제거해주면 괜찮아지기도 합니다만
외이도를 전부 들어내거나 고막을 제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과유불급

고양이 귀지를 반드시 없애려고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귓병이 있으면 당연히 치료를 해야겠지만 귀지가 모두 병은 아니니까요.

“일주일에 두 번은 귀 청소를 하세요.”
“귀에 매일 세정제를 넣어서 헹구고 닦아 주세요.”

다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사실이 아니니까요.

고양이의 귀는 생각보다 많이 약합니다. 자주 건드리면 오히려 없던 병이 생기기도 해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탈지면에 귀 세정제를 묻혀서 가볍게 닦아주세요.
귀지가 없다면 꼭 닦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