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는 정말 외로울까?

우리 고양이가 혼자 집에서 외롭진 않을까 걱정 되시죠?

집사가 돈 벌러 나가면 하루 종일 집에서 사료도 안 먹고 잠만 자는 우리 고양이.
저녁이 되어 그토록 기다리던 집사가 집에 오니 너무 반갑습니다.
그런데 집사는 자기 할 일만 하더니 이내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만 봅니다.
놀고 싶어서 집사를 몇 번 깨물어 보지만 혼나기만 하고 결국 혼자 우다다를 하다가 캣타워에서 잠이 듭니다.

동이 틀 때쯤 고양이는 슬슬 활동을 시작하고 아직 자는 중인 집사를 깨웁니다.
피곤한 집사는 잠깐 관심을 주더니 다시 잡니다.
그러고는 한 두시간 뒤에 일어나더니 정신 없이 출근 준비를 하고 나가는 야속한 집사.
그렇게 혼자가 되고 나면 고양이는 또 잡니다. 그렇게 같은 일상의 반복이죠.

어떤 집사들은 이런 고양이가 심심할까봐 둘째 고양이를 데려옵니다.
기대와 달리 둘째 고양이가 집에 온 이후 예민해진 우리 고양이.
잘 먹지도 않고 아프기 시작합니다. 새로 온 고양이한테 얻어 맞고 쫓겨다니기도 해요.
난 고양이를 위해서 그런 건데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요?
고양이를 정말 외롭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고양이가 어둠속에서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혼자 두는 것이 고양이를 외롭게 할까?

고양이들이 낮 시간에 거의 잠만 자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외로워서가 아닙니다.
원래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에요.
캠으로 지켜봤더니 밥도 안 먹고 잠만 잔다고 걱정하시기도 하는데 괜찮습니다.

“쉬는 날 제가 있을 때는 낮 시간에도 잘 먹고 잘 놀던데요?”

고양이는 사람이 있을 경우에는 그에 맞춰 낮시간에도 활동량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사람에 어느 정도 맞춰서 생활할 수 있다는 거죠.
낮시간에 주로 잠자고 잘 안 먹는 것이 기본인데 사람이 있으면 달라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오히려 사람이 하루 종일 집에 같이 있으면 스트레스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고양이들은 사이가 아무리 좋아도 하루의 3분의 1만 함께 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서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생활하는 것을 선호하거든요.
코로나 기간에 재택 근무가 늘어났었죠? 집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고양이 실제로 늘어나기도 했었습니다.

고양이가 식탁 의자에서 졸려하고 있다.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

그건 아닙니다.
고양이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호자에 대한 애착도 엄연히 가지고 있죠.
그래서 마냥 혼자 둘 경우에는 고양이도 외로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외롭게 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출근한 사이 혼자 보내는 낮시간 정도는 별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그럼 그게 뭘까요?


무엇이 고양이를 외롭게 만들까?

바로 사냥 놀이를 해주지 않는 겁니다.

“저는 놀이 대신에 고양이를 많이 만져줘요.”
“바빠서 자주 놀지는 못해서 주말에 몰아서 놀아줘요.”
“우리 고양이는 놀이에 반응이 없어서 안해줘요.”

고양이에게 사냥 놀이를 해주지 않는 이유는 정말 다양합니다.
하지만 사냥 놀이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고양이가 보호자에게 애착을 느끼는 행동이 바로 사냥 놀이였거든요. 우리가 안아주고 만져주는 것이 아니고요.

고양이와 사냥 놀이는 이렇게 해주세요.
1. 최소 하루 1번, 5분 이상
2. 사냥감의 움직임 흉내내기: 바로 앞에서 흔들기만 하는게 아니라 장애물을 사용해서 실제 사냥감처럼!
3. 마무리로 맛있는 간식이나 칭찬을 보상으로 주세요.
4. 레이저포인터도 좋습니다. 단, 반드시 실제 장난감이나 인형 같은 것에 레이저를 쏴서 마무리하세요.
5. 장난감은 놀 때만 꺼내주세요: 평소에 널부러져 있으면 흥미를 잃습니다.
6. 몸으로는 절대 놀지 마세요: 보호자가 사냥감이 됩니다.

우리가 고양이에게 사냥 놀이 루틴을 만들어주면 고양이는 우리 없는 하루를 정말 잘 보낼 수 있습니다.
저녁 시간에 집사와 놀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사랑은 서로를 더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고양이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고양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겠죠.

우리는 사람이 아닌 대상도 사람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대상이 우리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면 더욱 그러기 쉬워요.

하지만 고양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고양이만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습성이 있고 그것을 맞춰주지 못한다면 서로 불행해질 수 밖에 없어요.
꽃에 술을 주고 자동차에 참기름을 부어줄 수는 없는 것처럼요.

우리 고양이가 외로울까봐 걱정되신다면 다른 고양이를 데려와야 하나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놀아줄 수 있을까. 어떤 장난감을 사줄까. 피곤하더라도 오늘 꼭 놀아줘야지.
이것만으로도 우리 고양이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