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양이 사이는 좋은 걸까? 나쁜 걸까?

한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를 껴안고 물고 있다. 고양이 사이가 안좋아 보인다

고양이 두 마리가 한집에 살고 있습니다.
나란히 앉아서 머리를 맞대고 사료를 먹을 때도 있고 하나뿐인 스크래쳐 소파 위에서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 마리 더 데려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양이 사이가 안좋아 싸우는 집이 많다던데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둘째는 첫째 고양이가 너무 좋은지 졸졸 따라다닙니다. 얼마나 떨어지기 싫으면 첫째가 화장실에서 쉬를 하는데도 쳐다보고 있어요. 첫째는 그런 둘째가 기특한지 사료를 먹다가도 놀이를 하다가도 둘째가 오면 양보해줍니다.
첫째는 언젠가부터 몸이 안좋아져서 결막염과 방광염이 자주 옵니다.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그런지 살도 많이 쪘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둘째가 온 이후부터 그랬던 것 같지만 기분 탓일 거에요. 둘째가 싫었으면 둘이 심하게 싸웠을텐데 그런 일은 없었으니까요!
둘째는 너무 활발해서 장난감을 독차지 하기도 합니다. 첫째는 놀다가도 매번 양보해주고 둘째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흐뭇해 하는 것 같아요. 역시 셋째가 있으면 둘째가 더 잘놀테고 첫째도 덜 심심하겠지 싶어 셋째 고양이를 데려오기로 마음 먹습니다. 우리집이 방이 없기는 해도 고양이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들었으니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습니다. 이번 주말에 샵에 가서 고양이를 데려올 생각에 너무 행복합니다. 우리 고양이들이 너무 좋아하겠죠?

한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를 껴안고 물고 있다. 고양이 사이가 안좋아 보인다

고양이 사이의 공격성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에게 보이는 공격성은 크게 두가지로 나눕니다.
적극적인 공격성과 소극적인 공격성인데요. 적극적인 공격성은 누가 봐도 ‘쟤네 싸우네’ 싶을 정도로 위협적이고 긴장감이 넘치고요. 소극적인 공격성은 모르고 넘어가기 쉬울 정도로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참고로 고양이들이 사이가 좋을 땐 서로 그루밍도 해주고 몸도 스윽 스치며 지나가고 코인사도 자주 합니다. 그리고 집안 여기저기서 같이 널부러져 있거나 서로 엉켜서 자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단, 고양이들이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같이 자기도 하는데요. 특정 위치에서만 같이 잔다면 단순히 그 장소가 좋아서입니다.

1.적극적인 공격성

  • 으르렁거리고 하악거리는 소리가 난다.
  • 둘이 엉켜서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 물고 할퀴는 행동에 상처가 생긴다.

2.소극적인 공격성

  • 가만히 서서 째려본다.(당하는 고양이는 자세가 낮거나 무게 중심이 뒤를 향한다.)
  • 한 마리가 일방적으로 따라다닌다.
  • 다른 고양이를 가로막기도 한다.(화장실 앞에서 지켜보고 있거나 침대 위에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등)

적극적인 공격성 전에 소극적인 공격성 단계를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차리기 어렵다보니 점점 사이가 안좋아지고 결국 적극적인 공격성 단계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꾸 반복되는 방광염, 결막염 등이 만성적인 스트레스 때문인 경우도 많습니다. 갈등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정신적으로도 힘들지만 건강에도 문제가 올 수 있어요.
일찍 개입할 수록 좋기 때문에 혹시 우리 고양이들이 서로 이런 행동을 보인다면 고양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심해봐야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한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를 노려보고 있다.

노는 거야? 싸우는 거야?

우리가 가장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진료 중에 영상을 보여주시면서 너무 심하게 싸운다며 걱정하시는 보호자님들이 간혹 계신데요. 의외로 놀이 행동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째려보기, 스토킹 등을 놓치시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대부분의 놀이 행동을 할 때는 긴장감이 없습니다. 놀 때는 으르렁거리거나 하악거리는 소리가 없고 귀를 눕히거나 실제로 발톱이나 이빨로 피부를 다치게 하지 않고요.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주고 받는다면 괜찮습니다.
(사이가 좋은 고양이라도 가끔 특정 자원을 놓고 하악질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단, 너무 일방적이어서 당하는 고양이가 하악거리거나 소리를 지르고 귀가 접히는 등 방어적인 공격성을 보인다면 문제가 있는 거고요. 둘이 잘 놀다가도 너무 격해져서 서로 하악질하면서 다치게 하는 등 공격 상태로 바뀌는 것도 위험합니다.


고양이 사이가 안좋을 땐 이렇게!

환경 풍부화

여러 고양이가 한 공간에 생활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모든 고양이가 쓰고 남을 정도의 물자를 제공하고 최대한 분산해서 배치해줘야 하거든요. 그리고 서로의 눈에 띄지 않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주셔야 합니다. 특히나 고양이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더욱 중요합니다.

행동 풍부화

각각의 고양이의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이 사냥 놀이 루틴입니다. 장난감으로 놀아주려고 하는데 꼭 피해버리는 고양이들이 있거든요.
에너지레벨이 맞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서로 공간을 일시적으로 분리해서라도 따로 놀아주시고 맛있는 간식을 주세요.

재소개(탈감각화, 역조건형성)

고양이를 격리한 후 서로의 존재에 대해 좋은 경험을 심어주는 겁니다. 동시에 아주 천천히 노출 강도를 높여보는 거죠.
1. 서로의 공간에 있는 상태에서 각자의 냄새가 묻은 담요나 수건 등을 상대방의 공간에 놓아둡니다.
2. 상대방의 냄새를 맡고도 차분한 상태일 경우 간식 등으로 보상을 줍니다.
3. 이것에 익숙해졌다면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정해 놓고 서로의 공간을 바꿔서 진행해 봅니다.
4. 문을 사이에 두고 2m 정도의 거리에 간식을 놓고 먹는 연습을 합니다. 서로 신경쓰지 않아야 해요.
5. 며칠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30cm 씩 거리를 좁힙니다.
6. 문 바로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간식에 집중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7. 문을 살짝 열어둔 상태(고양이는 지나갈 수 없는 정도, door buddy 등 활용 가능)에서 2m 거리 부터 간식 먹는 연습을 다시 반복합니다.
8. 5단계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거리를 좁힙니다.
9. 바로 앞에서 서로를 보면서도 간식에 집중한다면 한 공간에서 만날 차례입니다.
10. 같은 공간에서 각자 장난감이나 간식에 집중한다면 성공입니다.

* 재소개 과정은 격리 자체가 스트레스이므로 일반적으로 행동학 진료 후 스트레스를 줄이는 약물을 처방받으시면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건강 문제가 없는지 우선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