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 타는 고양이(관상묘) 어떻게 해야할까?

“같이 산지 2년이 넘었는데 제가 만지려고 하면 도망가요.”

사람 손을 타지 않는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흔히들 ‘관상묘’라고 일컫는, 볼 수만 있고 손 안 타는 고양이들이죠. 우리 근처에 오기도 하고 간식을 주면 먹기도 하는데 만지려고만 하면 고양이가 도망갑니다. 또는 우리 얼굴만 보면 숨어서 안 나오는 고양이들도 있죠.

왜 우리 고양이는 우리의 손길을 거부하는 걸까요? 기다리면 마음을 열어줄까요?

이번 글을 읽어보시면 손 안 타는 고양이가 왜 우리 손을 거부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 알게되실 겁니다!

손 안 타는 고양이가 소파 밑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손 안 타는 고양이, 왜 그럴까?

고양이는 태어나서 2개월이 될 때까지는 부모가 아닌 다른 대상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없는 상황에도 생존하기 위한 본능적인 습성인데요. 그 시기가 지나면 조금씩 주변을 경계하기도 하고 무서워하는 대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것 역시도 살기 위한 본능이에요.

새끼 고양이가 사람 손 위에서 졸고 있다


고양이의 사회적 민감기(사회화 시기)는 생후 2-9주 사이에 끝이 납니다. 너무 짧고 이르죠. 이 시기에 특정 대상과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평생 동안 고양이가 그 대상과 잘 지낼 수도 있고 무서워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유전적인 요소도 영향을 주고, 생후 3세까지의 사회적 성숙기도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후천적 경험도 중요한 건 맞습니다.)

만약 이미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크거나 낯선 상황에 대해 불안을 심하게 느끼는 고양이라면 이것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 손을 피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안전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렇게 사람을 무서워하는 고양이들을 우리가 집에 데려오게 되면 고양이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상황일 수 있습니다. 이런 고양이들은 손을 타지 않기 때문에 포획틀을 사용해서 억지로 데려오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기에 더욱 큰 트라우마를 겪은 채로 우리와 지내게 되는 겁니다. (물론 고양이가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거나 돌봐줄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데려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우리집에서 고양이는 매순간이 위험하고 불안하다 느끼기 때문에 항상 경계를 하고 지내는 겁니다. 어떤 고양이들은 상황에 익숙해지면 만질 수는 없지만 우리와 한 공간에 있어도 그렇게 두려워하지는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모든 고양이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고양이를 만질 수 없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죠. 그리고 기본적인 케어를 전혀 해줄 수가 없고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어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양이들은 ‘사람에 대한 공포’ 또는 모든 상황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범불안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유발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그 원인(자극원)을 제거하면 해결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는 고양이가 두려움을 느끼는 자극원이 ‘우리’와 ‘우리집’이기 때문에 원인을 없애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고양이를 다시 밖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는 일이고요.

우선 기대치를 낮춰야 합니다. 다른 고양이들처럼 만지고 양치질이나 발톱을 깎아주는 것 까지는 어려울테니까요. 그래서 현실적인 목표를 정해야 하는데요.

‘우리 손에 고양이가 코 인사를 해주거나 얼굴은 비비게 만들자.’

이걸 목표로 해야합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아주 오랜 시간 천천히 더 나아지게 시도해볼 수도 있거든요. 그럼 어떤 식으로 손 안타는 고양이 문제를 해결을 해야할 까요?

바로 약물 치료입니다.

먼저 불안을 줄여주는 항불안제를 먼저 2주 정도 시도해봅니다. 전혀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benzodiazepine 계열의 신경안정제를 시도해 봅니다. 이 약물은 극심함 공포를 줄여주고 학습이 가능하게 도와주거든요. 이 외에도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주는 선택적 세로토닌 수용체 차단제를 사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우리가 고양이에게 약을 직접 먹일 수가 없기 때문에 음식에 약을 섞어서 고양이가 스스로 먹지 않으면 치료 시도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간식을 사용해서 단계적으로 우리와의 거리를 좁히고 우리 손에 대해 긍정적인 경험을 주는 행동 교정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는데요. 이것만으로는 쉽지가 않습니다만 해볼 가치는 있습니다. 약물을 사용하더라도 이 행동 교정 방법은 함께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가 손에 약을 들고 있다

손 타지 않는 고양이를 약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고양이가 약을 먹어주지 않는다면 치료가 어렵겠지만 약의 도움을 받아 보호자님들과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고양이들이 실제로 있기 때문에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캡슐을 간식이나 사료에 숨겨두고 먹는 연습, 가루 영양제를 간식이나 습식에 섞어주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세요. 만약 고양이가 약을 먹을 수 있게 된다면 꼭 약물 치료를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고양이가 평생 불안해하며 살지 않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고양이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