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똥 싸고 안 덮는 이유는?

고양이가 땅을 파고 있다.

배설물을 덮는 것이 정상인 이유

고양이는 배설 후 모래를 덮는 습성이 있습니다. 자신의 대소변을 모래로 덮는 건 고양이의 본능적인 행동이라서 굳이 배우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는 생후 5-6주만 되어도 스스로 배설을 조절하고 덮는 행동을 시작하는데요. 고양이들은 왜 자기가 싼 소변과 대변을 덮는 걸까요?

바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입니다.
고양이들은 사냥꾼이 동시에 사냥 당할 수 있는 사냥감이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포식자가 자신의 냄새를 맡고 나를 찾아내는 것을 막기 위해 배설물을 덮습니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자신의 영역에서 배설물을 통해 기생충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땅속에 덮기도 하는데요. 이렇듯 고양이는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배설물을 숨깁니다.

고양이가 배설물을 땅에 덮고 있다.


고양이는 어떨 때 똥 싸고 안 덮는 걸까?

그런데 고양이들은 자기가 주로 지내는 핵심 영역에서 먼 곳에서는 변을 덮지 않기도 합니다. 다른 고양이들에게 자기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배설물을 그대로 두는 건데요. 이러한 행동이 영역의 경계를 표시하는 마킹(marking)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대변을 통해서 영역을 표시하는 행동을 middening 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집에서 고양이가 똥 싸고 안 덮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에는 마킹 행동이 아니라 다른 상황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실내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에게는 집과 핵심 영역이 일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집안에서 굳이 영역 표시를 할 이유가 없거든요. 여러 마리가 함께 살더라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고양이가 집안에서 이런 행동을 보인다면 거의 100% 스트레스가 원인입니다.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영역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잃을 수 있어요. 그래서 자신의 냄새를 통해 영역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재차 확인하려고 하는 겁니다. 자꾸 집안 여기저기에 입과 볼 주변을 문지르고 다니는 고양이도 이러한 상황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자신의 페로몬을 계속해서 묻히고 다니지 않으면 이 공간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냄새를 남기는 행동을 하는 거 거든요.

지금 사용하고 있는 화장실의 위치가 편하지 않다는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에 화장실이 고양이의 핵심 영역 근처에 있는지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고양이의 핵심 영역은 고양이가 놀래거나 무서울 때 주로 숨는 장소가 어딘지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주로 편안하게 쉬는 곳 주변일 수도 있어요. 혹시 화장실이 부적절한 장소(갑자기 열리는 문, 통로, 개방된 장소, 시끄러운 기계 근처, 환풍구나 공기청정기 근처)에 있다면 편안한 장소로 옮겨주세요.

변비가 심한 고양이들도 대변을 덮지 않고 나오기도 하는데요. 대변을 보느라 너무 힘을 많이 썼을 때 미쳐 모래를 덮지 못하고 뛰쳐나오느라 그럴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화장실 안에서 힘을 주고 있다.


건강 체크가 첫번째

고양이들이 집에서 배설과 관련된 문제를 보이는 경우 가장 먼저 어디 아픈데가 없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비뇨기나 소화기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겠죠. 하지만 의외로 몸의 다른 곳이 아파도 배변과 배뇨의 이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관절이나 신경계의 문제가 있다면 편안한 자세로 배설을 할 수 없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체크해보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만약 건강의 문제가 없는데도 계속해서 문제가 있다면 행동 문제로 접근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소변과 관련된 문제의 경우 스트레스로 인한 배뇨 실수와 마킹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에서 다룬 대변을 덮지 않는 행동도 고양이의 스트레스로 인한 행동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되겠습니다.

*단, 대변을 화장실 밖에 싸는 대변실수 문제는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에 생길 확률이 지극히 낮기 때문에 소화기나 신경계 문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변 실수와 관련된 글은 아래 링크를 통해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thanos/223085246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