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야기

고양이 문제 행동 안 생기게 하는 5가지 방법

수많은 고양이와 보호자님을 만나며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께서 고양이의 여러 문제 행동을 견디며 지내고 계신다는 것이죠. 고양이가 원래 그렇지 뭐, 하면서요. 제가 먼저 묻고 해결책을 제시해 드리지 않았다면 자칫 위험한 상황까지 갈 수 있는 공격성 케이스도 꽤 있었습니다.

고양이의 문제 행동은 사소하게는 많이 우는 행동부터 배뇨 실수, 불안 장애, 공격성 등 심각한 문제도 포함하는데요. 고양이에게 이러한 문제 행동이 생기는 원인 역시 다양합니다. 사람과 참 비슷한 점이 많아요. 고양이의 뇌 신경계에 문제가 있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행동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오래 받아도 그것이 불안과 좌절로 이어져 고양이와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오늘은 고양이 문제 행동의 중요한 원인인 고양이의 스트레스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고양이가 만성 스트레스를 겪게 되는 원인 5가지와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 5가지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고양이 문제 행동의 원인 5가지

1. 일관성 없이 대하기

‘평소에는 한없이 자상하지만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아버지’
‘자기 기분에 따라 화를 내고 감정 기복이 심한 어머니’
‘과정이 아닌 결과를 가지고 자식을 혼내는 부모님’
‘어렸을 때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

이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이는 어떨까요? 매사에 굉장히 불안해집니다.

고양이도 마찬가지에요. 우리가 고양이를 일관성 없이 대한다면 고양이도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불안이 지속되면 고양이가 두려움, 스트레스, 정신적 갈등을 겪게 됩니다. 고양이를 대할 때 자꾸 이랬다 저랬다 하는게 문제에요.

평소에는 예뻐해주다가 갑자기 고양이에게 화를 낸다든지, 어떤 행동을 어떨 땐 허용해주고 어떨 땐 또 못하게 한다든지, 이러면 고양이가 굉장히 혼란스럽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할 수 밖에 없겠죠. 이렇게 불안한 상태가 계속되면 여러가지 문제 행동이 생기기 쉽습니다.

보호자가 여러명일 때도 이런 문제가 자주 생겨요. 가족들이 각자 다른 기준으로 고양이를 대하기 쉽거든요. 육아를 할 때도 이런 경우가 흔합니다. 할머니는 애를 왜 울리냐 그러고 엄마는 훈육을 위해서는 울 때마다 다 받아주면 안된다고 하면서 다투기도 하고 어르신들은 아이한테 간식을 실컷 주는데 엄마, 아빠는 될 수 있으면 안주려고 하거든요. 문제는 이렇게 할 수록 아이는 혼란스러워지고 더 자기 하고 싶은대로 행동할 확률이 높습니다. 점점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게 돼요.

고양이도 그렇습니다. 누구는 고양이가 울면 간식을 주고 누구는 절대 주지 않고, 누구는 손으로 장난치듯이 놀아주는데 누구는 장난감으로만 놀아주려고 노력하고, 이러면 고양이들이 뭐가 맞는지 모르고 혼란스러워져요. 그리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들이 점점 더 심해집니다. 이미 생긴 문제 행동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정말 어려운 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2. 고양이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

고양이는 말을 못하죠. 그 대신 표정과 소리, 몸짓으로 끊임없이 우리와 의사 소통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고양이를 사람처럼 생각하고 대합니다. 그리고 ‘못된 고양이’, ‘냥아치’, ‘돼지’ 같은 이미지를 씌워서 멋대로 판단해버립니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겠죠.

자꾸 소통을 시도하는데 계속 무시당하면 괴롭습니다. 좌절감이 굉장히 클 거고요. 이것이 오래되면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불안을 만듭니다. 진료를 할 때 육묘 경험이 많고 오래 되신 보호자님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정말 기본적인 고양이의 습성이나 의사 소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3. 혼내고 때리기

결론만 말하면 처벌을 가해서 고양이를 가르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도움이 되지 않기만 하면 다행이죠. 두려움과 불안으로 인한 공격성까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다른 행동 질환도 추가될 거고요. 보호자님과 사이가 안좋아지는 것도 당연하겠죠.

어떤 분은 ‘저를 물 때마다 때렸더니 문제도 해결됐고 아직도 저를 잘 따르기만 합니다.’라고 하기도 하셨는데요. 혹시 ‘스톡홀롬 신드롬’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인질범에게 잡힌 인질이 자기도 모르게 범인에게 의지하게 되고 심지어 좋아하게 되는 상황을 얘기합니다. 부모에게 학대 당한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부모를 필사적으로 좋아하게 되는 것도 같은 심리인데요. 고양이들도 비슷합니다.

우리가 폭력적인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내 행동을 뉘우친 적이 있나요? 그 사람 앞에서만 그를 무서워했고 조심했던 것 뿐이죠. 고양이들도 혼나고 맞으면 단지 누구를, 언제 피해야 하는지만 학습할 뿐입니다. 보호자가 없으면 더 심하게 행동하기도 해요. 우리처럼요.


4. 환경적으로 결핍되었을 때

고양이라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본능이 있지요. 그런 본능에서 나오는 행동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환경에 살아야 합니다. 충분히 편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하고 안전하고 편하게 숨거나 쉴 수 있는 장소, 편안하게 볼 일을 볼 수 있는 곳, 발톱을 긁을 수 있는 곳, 높이 오를 수 있는 구조나 장소 이런 것들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방식으로 행동 욕구를 해소하게 되고 그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문제 행동이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마치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처럼 고양이도 반복적인 행동(상동행동; 정형행동)을 반복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5. 신체적, 정신적으로 자극이 부족할 때

우리가 고양이를 자꾸 건드리는 것이 자극이 아닙니다. 신체적인 자극은 고양이가 충분히 활동을 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자극은 고양이가 동기부여를 받으면서 정상적인 행동을 해나갈 수 있게 해줍니다.

사냥 놀이가 부족해서 사냥 본능을 해소할 수 없거나 너무 환경이 단조로워서 먹는 것 외에 낙이 없어져도 무기력해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도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보호자님들과 상호 작용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자동 장난감만 가지고 논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반대로 영역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떨어져서 보호자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면 사람과 고양이 모두 불행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5가지 방법

1. 일관성 있게 대하기

동일한 기준으로 고양이를 대해주세요.
똑같은 상황에서 그리고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 같은 반응을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고양이가 일상을 예측할 수 있고 불안하지 않게 살 수 있습니다.

단, 긍정적으로 대해줘야 합니다. 동일한 기준으로 대해준 답시고 때리고 혼내는 것을 반복하면 안됩니다. 루틴을 지켜주고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간식과 놀이, 칭찬 등으로 보상으로 해주셔야 고양이는 동기 부여가 됩니다. 그래야 고양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2. 보상을 통해 가르치기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또는 원치 않는 행동을 멈췄을 때 보상을 주세요. 보상은 즉각적일 수록 좋고 양이 많을 필요는 없습니다. 살찌니까요. 대신 퀄리티가 중요합니다. 고양이가 아주 좋아하는 것일 수록 평소에 주지 말고 보상을 위해 사용하시면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이빨 한 개라도 양치질에 성공했을 때 간식을 줍니다. 발톱을 깎지는 못했더라도 발을 만지는 것을 견뎠다면 보상을 줍니다. 사냥 놀이를 신나게 한 후에도 간식을 줍니다.

또 다른 예로, 고양이가 현관에서 10분 넘게 울다가 울음을 멈췄을 때 가서 관심을 줍니다. 소파가 아닌 스크래쳐를 잘 사용했을 때 보상을 줍니다.

물론 처벌을 사용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다만 체벌을 가해서 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상을 제거해서 처벌을 주는 형태여야 합니다. 간접적인 처벌인거죠.

예를 들면, 고양이가 새벽에 울 때 나가서 간식을 주지 말라는 겁니다. 우리를 깨물 때 어떠한 형태로든 반응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면 고양이는 목표를 달성하게 되고 그 행동은 더 심해질 테니까요.

3. 환경을 풍요롭게

충분한 자원을 제공해주세요. 앞서 말씀드린 고양이의 필수 요소들을 (편안한 식사 공간과 화장실, 안전하게 쉴 곳, 오를 수 있는 수직 공간, 충분한 스크래쳐) 신경써 주세요.

특히 고양이에게 안전한 장소를 마련해주어야 하는데요. 고양이가 크게 놀랬을 때 몸을 숨기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합니다. 침대 밑에 들어가면 먼지 묻는다고 거기를 무턱대고 막아버리는 것은 고양이에게는 굉장히 잔인한 일입니다. 반드시 대안을 마련해주고 나서 서서히 안전 기지를 옮기도록 도와주세요.

4. 고양이의 언어 이해하기

고양이의 습성을 이해한다면 고양이가 진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 알게 됩니다. 고양이가 우리랑 집안에서 살고 있지만 사실은 야생에서의 습성을 꽤나 많이 지니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면 고양이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대할 수 있을 겁니다.

고양이들이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소리, 몸짓, 표정을 읽을 수 있다면 고양이가 좌절을 경험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겁니다.

5. 놀이, 놀이, 또 놀이

고양이에게 놀이는 그들의 사냥 본능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단순히 놀이라고만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의 루틴으로 꼭 넣어야 하는 일입니다. 혼자서도 놀고 보호자와도 놀아야 합니다.

사냥감과 비슷한 장난감으로 매일 최소 5분 이상은 놀아주세요. 더 놀면 더 놀아도 됩니다. 대신 사람 손이나 몸으로는 놀지 않는 것이 좋아요. 심지어 장난감으로 놀다가도 우리 몸에 고양이 이빨이나 발톱이 닿으면 중단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고양이의 사냥감이 될 수도 있거든요.


예방이 최선의 치료

행동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거의 40% 정도의 고양이들이 문제 행동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거든요. 단지 우리가 그 걸 알아채지 못할 뿐입니다. 아니면 고양이들이 원래 그렇지 뭐, 쟤는 원래 저래 하고 무시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의외로 한 번의 상담으로도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 행동들도 있지만 정신과 약물을 평생 먹여야 하는 고양이들도 있습니다. 매일 약을 먹이는 것도 힘들고 약 값도 무시할 수 없잖아요. 약을 빼먹으면 안돼서 여행도 못 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고양이와 사람 모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죠.

그래도 다행히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예방하는 것이죠.
내가 뜻하게 않게 고양이를 힘들게 하진 않았나 한 번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고양이를 위해 바꿔야할 것이 있다면 오늘부터 당장 실천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관련 영상: ‘고양이 톡톡’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Qt_Mxn5G6C4


김 태협

고양이만 진료하는 수의사. 11년째 고양이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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