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야기

급하게 먹는 고양이 식탐, 5가지 해결 방법

먹을 것만 보면 달려들어 눈앞에서 다 먹어치우는 고양이들이 있죠. 고양이에게 자율 급식을 하고 싶은데 사료를 주는 족족 다 먹어버리니 어쩔 수 없이 제한 급식을 하게 됩니다. 밥을 줄 때마다 급하게 먹고 토하는 일도 부지기수. 심지어 사료를 주고 있는데도 마음이 급해서 우리 손을 깨무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이런 고양이들은 사람 음식에 집착하거나 한 술 더 떠서 이물까지 먹으려고 하기도 합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번 글을 읽어보시면 우리 고양이가 왜 급하게 먹는지 그리고 편안하게 먹게 해주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알게 되실 겁니다!


고양이는 이렇게 먹어야 정상입니다.

고양이들은 야생에서 하루에 8-20번까지도 사냥을 해서 먹습니다. 조그마한 사냥감을 수시로 사냥해서 먹는 고양이의 습성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하루에 여러번 조금씩 나눠 먹는 것이 정상입니다. 물론 먹을 것이 풍부한 실내에서는 열 번, 스무 번 까지 나눠 먹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억하셔야할 점은 고양이가 사료를 보자마자 꼭 다 먹어치워야 잘 먹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고양이가 잘 안 먹어요!” 라고 호소하시는 집사님들과 말씀을 나눠 보면 의외로 고양이는 멀쩡히 잘 먹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료를 충분히 두면 스스로 나눠 먹을텐데 주자 마자 먹어치우지 않으니 고양이가 식욕이 없다고 오해하는 거에요. 심지어 따라다니면서 손으로 떠 먹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의 체중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하루 먹어야 할 사료양을 결국 다 먹어낸다면 괜찮아요. 안먹는다고 자꾸 떠 먹이다 보면 오히려 사람이 없으면 안 먹는 고양이를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고양이가 충분히 좋아하는 사료인데도 계속해서 사료를 바꾸게 되고 잦은 음식 교체로 소화기 질환이나 알레르기에 노출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죠.


우리 고양이는 왜 급하게 먹을까?

고양이가 먹는 양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봤을 때 사료가 맛 없나 싶을 정도로 나눠 먹는 것이 차라리 낫고 고양이가 음식을 보는 족족 먹어치우는 건 좋지 않아요. 고양이가 이렇게 먹는 것을 자제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1. 어렸을 때 굶주림을 겪었다.
2. 어렸을 때 또래보다 체구가 컸다.
3. 해의 길이가 길어지는 시기(봄-여름 구간)에 태어났다.
4. 집에 다른 고양이들이 있다.
5. 급여량이 부족하거나 사료를 주는 횟수가 너무 적다.(적어도 하루에 5-6회 이상은 섭취 필요)
6. 섭식 장애: 충동 조절 장애 등을 겪고 있는 경우

고양이 식탐이 심한 경우에는 보호자에게 사료를 요구하는 행동을 보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료를 주게 되고요. 이렇게 되면 먹는 양이 너무 많아져서 비만이 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원할 때 요구하는 행동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고요. 제한 급식을 하더라도 주는 횟수가 너무 적으면 급하게 먹고 사료를 토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그 때가 아니면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식탐 해결 방법 5가지!

식탐이 많은 고양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1. 적정 사료양을 하루 최소 5-6회 이상 사료를 주기(새벽 포함)
2. 고양이가 사료를 요구할 때 무시하기
3. 천천히 소량씩 여러번 먹게 해보기: 푸드퍼즐, 슬로식기, 넓은 쟁반 등 활용
4. 다묘: 사료 그릇을 서로 보이지 않는 장소로 치워주기
5. 제한 급식을 해야할 경우 자동 급식기 활용하기: 사람이 사료를 주면 갈구하는 행동이 심해질 수 있음


고양이 식탐, 방치하면 안되는 경우

고양이 식탐! 이럴 땐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1. 심한 비만 고양이
2. 사람 음식이나 이물을 자꾸 먹는 고양이
3. 심하게 사료를 요구하는 고양이: 깨물기도 함

식욕 조절이 되지 않는 고양이들은 충동 조절에 문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충동 조절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행동 문제를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고요.(공격성, 강박, 섭식 장애) 만약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끼시면 적극적으로 행동학 진료를 받아보시고 충동 조절을 도와주는 약물(SSRI 등)을 병행해보시면 크게 도움이 되실 겁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먹을 것으로 고양이에게 애정 표현을 합니다. 간식과 사료를 달라고 애옹거리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무시하기 어렵다고도 하세요. 하루 종일 혼자 심심했을 우리 고양이에게 맛있는 간식을 줌으로써 조금이나마 미안함이 덜어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사람과 고양이 모두에게 좋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계속해서 살이 찌고 우리는 고양이의 계속된 요구를 감당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우리 고양이가 조금씩 여러 번 먹을 수 있게 도와주시고 애정 표현은 장난감 사냥 놀이로 해주시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간식을 아무 때나 남발하기보다는 사냥감을 잡았을 때 보상으로 주는 거죠. 그렇게 하면 고양이의 삶의 질이 크게 올라가고 건강도 챙길 수 있을 겁니다.

김 태협

고양이만 진료하는 수의사. 11년째 고양이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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