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야기

네모난 지구에 살고 있는 그대에게

아주 오래전 사람들은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하늘도 태양도 모두 우리를 중심으로 돈다고 여겼다. 그 ‘생각의 틀’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했다. 우주의 중심인 우리가 유일한 신의 피조물이라는 믿음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지구가 네모나다고 또는 편평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금성이 왜 달처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보이는지 화성이 왜 역행 운동을 하는지. 그리고 우리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심지어 태양마저도 우리 은하의 변두리에 있다는 것까지도. 이것은 거대한 ‘생각의 틀’이 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생각의 틀’이라는 것은 무섭다. 머릿속에 커다란 전제가 깔리면 그것을 벗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외의 것이 존재한다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하늘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거나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고양이를 보는 시선에도 예외는 없다.

우리는 고양이를 필요 이상으로 더 복잡한 존재로 본다. 다시 말해 ‘사람처럼’ 여긴다. 사람까지는 아니어도 고양이도 분명 사람이 가지는 여러 생각을 갖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우리는 습관처럼 고양이를 의인화한다. 이 의인화가 ‘생각의 틀’이다. 의인화 좀 하면 어떠냐고? 모든 의인화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양이를 오해하게 되고 도움을 주기는커녕 더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의인화를 할까?

아주 간단하다. 그게 쉽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습성과 신체 언어, 음성 언어를 인간의 것에 대입하면 편하니까. 하지만 이 편리함 때문에 불행한 동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은 아깽이를 입양한 첫날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다.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생각은 자유고 현실은 잔인하다. 우리는 고양이가 우리와 얼마만큼 비슷하고 다른지 잘 모른다.

고양이는 사람의 방식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전전두엽이 매우 발달한 탓에 미래를 상상하기도 하고 과거를 반성하기도 한다. 언어와 의미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이것을 너무 잘하는 바람에 거짓말도 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그런 것들을 하지 못한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문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싫어하는 고양이의 행동들은 의외로 정상인 것도 많고 대부분 해소할 방법이 없어서 폭발하는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은 사회적인 소통 방식 역시 세련되지 못했다. 고통도 최대한 감추려고 하고 자기표현에도 서툴다. 화해하는 방법도 잘 몰라서 눈을 최대한 피하거나 끔뻑거리고 꼬리를 감출 뿐이다. 대신 고양이들은 우리가 아주 못하는 걸 잘한다. 바로 ‘지금, 여기에 머무는 것’이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고양이는 인간보다 훌륭하다. 적어도 삶을 존중할 줄은 아는 존재다.

미래에 고양이의 생각을 번역해 주는 기계가 나올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단어나 문장으로 사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은 나왔으면 좋겠다. 고양이의 몸짓과 소리를 실시간으로 해석해 주고 지금 얼마나 불안한고 두려운지 수치화해 주는 기기. 그렇게 된다면 집사들이 고양이들을 오해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 테니까.

그런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고양이의 몸짓과 표정, 소리를 통해 고양이가 어떤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지. 고양이 행동의 이유가 무엇인지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우리와 말이 통하지 않는 이민자이기도 한 우리 고양이가 덜 답답해하도록.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단단히 오해하지 않도록.

모든 사랑스러운 존재가 사람일 필요는 없다. 사람이 아니어서 사랑스러운 존재가 고양이니까. 고양이를 그 자체로 좋아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우리의 ‘생각의 틀’을 깨는 노력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약간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 그들을 이해하려 힘써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우리를 부지런히 관찰하고 분석하려 노력을 기울이는 고양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저의 브런치 플랫폼에 올린 것과 동일한 글을 블로그에 옮겨 왔습니다.

김 태협

고양이만 진료하는 수의사. 11년째 고양이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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