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야기

놀이처럼 해볼 수 있는 고양이 훈련 3가지

우리는 이미 매일 고양이를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고양이는 맨날 간식 먹고 널브러져 있는데 무슨 훈련?”

훈련이라고 하면 태릉 선수촌의 운동선수들이나 부대에서 군인들이 받는 훈련이 떠오르나요?
아주 혹독한 무언가가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고양이 훈련은 다릅니다. 생각보다 아주 간단해요.
고양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받거나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그게 바로 훈련입니다.

고양이가 울면서 보챌 때 간식을 준 적이 있나요?
고양이가 새벽에 우리를 깨우면 놀아주거나 사료를 준 적이 있나요?
고양이가 현관 앞에서 울고 있을 때 다가가서 대답해 준 적이 있나요?

이 모든 것이 고양이의 행동을 강화시키는 일종의 훈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정 행동 = 보상
이걸 반복해서 알려준 거거든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반대로도 훈련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이제부터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양이 훈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바람직한 행동 = 보상 (positive reinforcement)

긍정 강화라고도 합니다. 근데 여기서 긍정이란 좋은 행동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보상을 추가(+) 한다는 의미의 positive입니다. 긍정 강화를 사용하면 어떤 행동에 보상을 해줌으로써 어떤 행동이든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밤새 울고 우리를 깨우는 행동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고
차분하게 우리를 기다리게 하는 행동도 더 잘하게 만들 수 있죠.

중요한 건 고양이가 좋은 행동을 했을 때 2초 이내로 보상을 주는 겁니다. 우리가 근처에 있다면 바로 간식을 줄 수 있겠죠.
그렇지만 떨어져 있다면?
바로 보상을 주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이 때 클리커 트레이닝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멀리 있어도 특정 행동을 했을 때 클리커(이미 보상으로 인식되어 있음) 소리를 들려주면 고양이가 보상을 받은 것처럼 여기게 되거든요. 그러면 주방 조리대에 올라갔던 고양이가 내려오면 바로 보상을 줄 수 있고, 특정한 매트 위에 올라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클리커로 원격 보상을 줄 수 있는 겁니다.


2.문제 행동 = 보상 없음 (negative punishment)

부정 처벌이라고 합니다. 잉? 고양이는 처벌하면 안된다며?
이건 좀 다릅니다. 처벌은 처벌인데 고양이가 원하는 보상을 주지 않는 것으로 처벌을 하는 거죠.
울고 떼쓰는 아이한테 사탕을 주거나 장난감을 사주면 그 아이는 원하는 게 있을 때마다 그렇게 할 겁니다.
부정 처벌은 아이가 울 때 사탕을 주지 않는 걸 얘기해요.

고양이가 충분히 사료를 먹고 있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밥그릇 앞에서 울 때 무시합니다.
고양이가 우리를 새벽에 깨워도 무시합니다.

부정 처벌을 사용할 때는 일관성 있게 무시할 수 있어야 해요.
단,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고양이가 포기하고 차분해졌을 때 보상을 주거나 우리가 대응하기 어려울 때는 주변에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지금까지 해오던 행동을 중단하면 일시적으로 문제가 심해집니다.
뭔가 잘못된 거 아냐??
이게 바로 소거 폭발(extinction burst)인데요. 고양이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우리가 늘 해주던 반응을 중단하면 고양이가 더 심하게 문제 행동을 보일 수 있어요.
이때 중요한 게, 한번 참기로 했으면 끝까지 참아야 한다는 겁니다.
못 참고 고양이가 원하는 것을 주는 순간 고양이는 끈기를 배우게 됩니다.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고양이 훈련의 핵심은 끈기와 인내입니다.


3.조금씩 천천히, 점점 좋아하게 만들기(탈감각화 + 역조건 형성)

고양이 훈련시 탈감각화(desensitization, DS)와 역조건형성(counter-conditioning, CC)을 주로 함께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청소기 소리를 무서워하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바로 옆에서 청소기를 돌리는 건 고양이에게 엄청난 공포에요.
그래서 아주 멀리서 다른 방에서 1단계 정도로만 청소기를 돌립니다. 그러면서 점점 청소기의 단계를 높여서 청소기 소리에 무뎌지게 만드는 겁니다. 조금씩 고양이와 가까운 장소로 청소기를 이동하면서 고양이가 차분한지 확인하는 거죠.
이것이 탈감각화입니다.
그런데 기왕이면 고양이가 청소기 소리를 들을 때 기분이 좋으면 더 좋겠죠. 그래서 멀리서 청소기 소리를 들으면서 간식 먹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청소기가 가까워지거나 소리가 커짐에 따라 고양이가 간식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간단히 그냥 전 단계로 돌아가면 되는 겁니다. 급할 게 없어요. 이것이 역조건형성입니다.


이 두 가지 방법의 약자를 묶어서 DSCC라고 하는데요. 고양이의 어떤 문제 행동들은 이것만으로도 고쳐지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들은 주로 사람의 관심을 얻기 위한 행동들이에요. 고양이가 원하는 것이 관심이기 때문에 그걸 주지 않아야 합니다. 대신 우리가 원하는 행동, 즉 고양이가 차분해지면 관심을 주는 거죠.
고양이 훈련법을 활용하면 같은 원리로 양치질, 약 먹이기, 발톱 자르기 등의 기본적인 케어도 훈련할 수가 있습니다.
단! 진도는 천천히. 언제든지 전단계로 되돌아가기. 이 2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고양이 훈련과 행동 교정만으로 다 해결되지는 않아요!

안타깝게도 불안이나 강박 등에 의한 문제 행동은 행동 교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약물이 모든 것을 대신할 수도 없지요.
하지만 적절한 약물과 훈련, 행동 교정을 병행한다면 꽤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게 해결될까? 싶어 참고만 지내는 집사님들이 계시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꼭 진료를 받아보세요.
고양이의 행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는 수의사뿐입니다.
우리 고양이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 행동학 진료를 받아보시면 우리 고양이와 다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

김 태협

고양이만 진료하는 수의사. 11년째 고양이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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